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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월 19일 수요일

다도 (Yu Jin Yi)

      일본  편의점에 들어가 음료수 코너를 살피면  특이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다른  나라에 비해 녹차, 검은콩 차 등등 차를 모티브로 한 음료가 많다는 것이다. 한국에도 한동안 웰빙 음식 열풍이 불면서 각종 건강음료들이 많이 나왔는데, 일본에 기존에 존재하던 특정 차 음료 브랜드를 벤치마킹 한 음료들도 간간히 보인다.
      필자의  짧은 소견으로 확답을 하긴 뭐하지만  비단 일본에 각종 차 음료가 유난히 많은 것은 일본 전통 문화인 다도의 영향이 어느 정도 있지 않은가 싶다. 딱히 일식은 아니기에 그냥 냉수를 내 놓을 법 한 평범한 음식점에서도 (예를 들어 카레 전문점 이라던가, 일식과는 조금 거리가 있는 종류의 음식점) 간간히 물 대신 우롱차를 내준다거나 하는 경우가 많다. 다도는 일본 문화에 전반적으로 퍼져있어 굉장히 자주 접할 수 있다.
      한국에서도  유명한 일본 드라마인 꽃보다 남자  일본 버전을 보면 여주인공 츠쿠시가 다도를 제대로 배우지 못해 고생하고, 남자주인공들 중 한 명은 정통 다도 집안출신이기도 하다. 그 외에도 각종 만화책이나 영화를 보면 (특히 학원물의 경우) 다도부라던가 가족끼리 차를 마시는 장면이 나오곤 한다.
      일본  전통 다도는 그냥 찻물을 올리고  주전자에 물을 따라서 컵에 담아  마시는 단순한 행위를 넘어선다. 중국에서  선종을 배운 승려 에이사이가 차와 차도구를, 예법 등을 처음 일본에 들인 이후로부터 다도는 일본의 전통 문화로 자리잡았는데, 차를 받았을 때 하는 말, 마실 때 돌리는 방향, 차를 마시기 전 먹는 과자의 종류, 앉는 자세, 주인과 본인 사이의 방향 등 각종 섬세한 부분을 신경 써야 한다. 심지어는 주인이 방에 놔둔 액자나 사진, 그림 등도 다도의 일부분이란다.
      이러한  복잡한 다도 문화는 일본인의 정신적  여가활동 이라 한다. 섬세하게 모든  예의범절을 지키면서 차를 내오는 주인과  교류하는 활동인데, 차를 그저 마시는 음료로만 생각 하지 않고 교류의 기반이자 소통의 매개체로 여기는 것 같다.
      필자의  아버지께서는 차 마시는 것을 굉장히  좋아하신다. 그렇기에 일본에 들르실 때마다  곧 잘 차를 사가곤 하시는데, 확실히  한국 차와는 또 다른 특별한 맛이  난다 하신다. 일본 각종 관광지에 가도  그 지역의 특산물로 제조한 차를  팔거나 하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는데, 일본에서의 차와 다도의 입지가  굳건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다.
      알록달록한  색깔의 기모노를 입고 다소곳하게 앉아  차를 달여 마시는 일본인을 보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 든다. 바쁜 삶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있어, 차 한잔을 정성스레 마시는 여유는 본인을 되돌아보게 하는 귀중한 시간이 아닐까 싶다. 여유를 가지고 따뜻한 차 한잔과 함께 늦은 오후를 즐겨 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테루테루 てるてる(照る照る)(Yu Jin Yi)


照る는 ①날이 개다 ②아름답게 비치다. 빛나다 의 뜻.

      바로  몇 주 전 도쿄 시내를 지나가던  중 이상한 것을 보았다. 한 일본  가정집의 베란다에 하얀색 휴지 조각  같은 것이 매달린 채 바람에 앞  뒤로 휘날리고 있었는데, 이상하다는 듯이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자 옆에 있던  일본인 친구가 “저거 테루테루 보우즈야”라고 말해줬다.
      한  번이라도 일본 문물을 접해본 사람이라면 (일본 만화라던가, 혹은 일본 드라마라던가) 어린 아이들이“대머리 까까중” 같이  생긴 괴상한 귀신 인형을 처마 끝에  매달고 두 손 모아 기도하는 모습을  봤을 테다. 그 괴상한 귀신 인형은  밋밋한 대머리에, 눈코입은 있지도 않고, 하얀 천에 싸인 솜 대머리 밑에 또 다른 하얀 천을 붙여 만든 몸통으로 이루어져있다. 간혹 예술가의 혼을 지닌 어린아이들은 하얀 천을 알록달록하게 색칠하거나, 팔을 몸통에 붙여 밋밋한 테루테루보우즈를 장식하곤 한다.
      테루테루 보우즈. 직역하면 반짝반짝하는 중 이다. 이 특이한 이름의 유래에는 여러가지 설이 있는데, 그 중 가장 유력한 것은 과거 일본의 어떤 스님의 처형과 관계가 있다. 한동안 지나치게 많이 내리는 비로 인해 농부들은 농사를 망칠 까봐 노심초사했고, 스님 한 분에게 부탁해 비를 멈춰달라고 했다. 그 스님은 갖은 애를 써 비를 멈추려 노력했지만 실패했고, 결국 처형당했다. 이 천진난만한 대머리 인형에 숨겨진 무서운 이야기는 일본에서 1921년 만들어진 테루테루보우즈 동요 가사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일본어 원문:
てるてる坊主 てる坊主
あした天
に しておくれ
いつかの夢の 空のよに(注)
晴れたら金の鈴(すず)あげよ

てるてる坊主 てる坊主
あした天
に しておくれ
私の願(ねがい)を 聞いたなら(注)
あまいお酒を たんと
ましょ

てるてる坊主 てる坊主
あした天
に しておくれ
それでも曇(くも)って 泣いたなら(注)
そなたの首を チョンと切るぞ

てるてるぼうず、てるぼうず
한국어:
테루테루보우즈, 테루보우즈,
내일 날씨가 흐리게  해다오
언젠가 흐린 날씨처럼
비가 오면 은의 방울 줄게
내 소원을 들었다면
달콤한 술을 많이  마십시다. 
만약에 화창하게 웃고있다면
당신의 목을 싹둑하고 자를테다.
      여기서  테루테루보우즈가 도대체 왜 만들어지는 지 짚고 넘어가 볼 필요가 있다. 테루테루보우즈는 비를 멈추게 하는 인형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비를 멈추라는 희망을 담은 인형이다). 밋밋한 대머리와 하얀 천조가리로 이루어진 이 작은 인형은 어린아이들의 다음날 유치원 혹은 초등학교에서 갈 소풍에 대한 염원을 담은 경우가 많다. 다음날 비가 오지 않아야 즐거운 소풍이 되지 않겠는가. 수많은 일본 어린아이들이 밤새 처마 끝에 각자 만든 테루테루보우즈를 달아놓고 비가 오지 않기를 기도하며 잠이 든다. 만약 밤새 내리던 비가 아침에 보니 뚝 그쳐있을 경우, 기쁜 마음에 아이들은 먹으로 테루테루보우즈의 얼굴에 눈을 그려 넣기도 한다.
      의외로  반대도 성립한다. 테루테루보우즈를 거꾸로 매달 경우, 그러니까 머리가 땅을 향하고 몸통이 천장에 매달린 경우에는 비가 멈추지 않기를 기원하는 의미가 된다. 어린아이들부터 내일 모레 하시는 노인 분들까지 쉽게 만들 수 있는 이 인형은 다음 날 비가 오지 않기를, 혹은 오기를 소망하는 누군가의 일종의 대변인 역할을 하는 것이다. 아마도,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이 저 옛날 에도 시대부터 전해져 내려온 이 민간 풍습이 지금까지도 성행할 수 있는 이유 일 지도 모른다.
      현재도  각종 일본 매체에서 소품 등으로  자주 이용되는 테루테루보우즈. 이 대머리 인형은 이제 그 본연의 주술적인 의미에 더불어, 일본 문화의 상징이라는 문화적 의미까지 함께 지닌 무언가로 그 입지를 다지고 있다. 이렇듯, 가끔씩은 가장 단순하고 무의미해 보이는 것들이 일본 문화의 핵심을 찌르기에, 이런 반전이 있기에 일본에서의 삶이 더욱 즐거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