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아이돌은 한국에도 엄청나게 많다. “아이돌문화” 라는 거창한 문구를 굳이 일본에만 적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아이돌 가수라는 개념이 한국에서 딱히 모호한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필자가 굳이 일본의 아이돌 문화에 대해 이렇게 글을 쓰는 이유는 한국의 아이돌문화와는 미묘하게 다른 일본 아이돌 문화의 특성이 설명하고 싶기 때문이다.
일본 아이돌 중에 한국인에게 가장 신선한 충격으로 와 닿는 그룹은 AKB48이라는 여자 아이돌 그룹이 아닐까 싶다. 일단 인원에서부터 (말 그대로 48명) 놀라운데, 그48명이나 된다는 특성 때문에 공연 방식 또한 더욱 특이하다. 상설 전용 극장이 있어 언제 찾아가도 멤버 중에 적어도 일부는 볼 수 있도록 한 이른바 접근성을 강조하고, 또 싱글을 발매할 때 CD에 투표용지를 곁들여 자신이 좋아하는 멤버에 투표하게 한다. 투표에서 표를 많이 얻은 멤버들이 다음 번 CD제작에 참여하게 되고 비중이 높아지는 것이다. 일종의 캐릭터 육성 시뮬레이션 게임을 하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되는데, 이로 인해 팬들의 관심을 확실히 사로잡을 수 있단다.
하지만 이보다 더 확실하게 팬들의 충성심을 사로잡을 수 있는 것이 바로 쟈니스 라는 남자 아이돌 소속사의 방식이다. 쟈니스의 경우 스맙 (SMAP), 아라시, 캇툰 등 일본 최고의 남자 아이돌 그룹만을 양성하기로 유명한 일본의 소속사 인데, 일종의 다단계 판매원이 사용할 법한 방식으로 팬들을 소속사에 붙들어놓는다. 소속사에 있는 아이돌 그룹들 간의 선후배대접이 확실하고, 선배 아이돌 그룹의 공연에 후배가 찬조 출연하여 도와주거나, 혹은 후배의 공연에 선배가 나와 합동 공연을 한다던 지 하여 특정 아이돌의 팬덤에 다른 아이돌 그룹을 노출시킨다. 그리고 유닛이라 하여, 서로 다른 그룹에 소속된 멤버들을 몇 명 정도 모아 따로 활동을 시키기도 하면서 특정 아이돌 그룹만을 좋아하는 팬이 결국에는 쟈니스 전체를 좋아하도록 유도한다.
뿐만 아니라, 아직 데뷔하지 않은 기획사 소속 연습생들을 이미 유명한 아이돌 그룹의 콘서트에 백댄서를 시킨다던가 하면서 아이돌 뿐만 아니라 예비 아이돌들까지 팬이 생기도록 한다. 이런 식으로 그저 한 그룹만 좋아하게 되면 소속사 전체에 빠지도록 만드는 전략으로 쟈니스는 일본 최고의 남자 아이돌 그룹 소속사로 자리잡게 되었다. 쟈니스샵이라 하여 소속사 가수들의 사진, 포스터, 달력 그리고 각종 물품들만을 전문으로 파는 가게도 있는데, 줄이 어찌나 긴지 몇 시간을 기다려야 겨우 들어갈 수 있을 정도란다.
한국의 경우 아이돌을 육성한다던가, 혹은 한 그룹을 좋아한다고 소속사에 있는 다른 모든 그룹들을 알 수 밖에 없도록 되 있는 구조는 아니기에, 아무리 비슷하다 하더라도 일본의 아이돌 그룹 문화는 신선할 수 밖에 없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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