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월 19일 수요일

자판기문화 (Yu Jin Yi)


      어느  비 오는 날 소바집에 처음 들어갔을  때 일이다. 입구 옆에 있는 우산꽂이에  우산을 놓고 허둥지둥 자리에 앉아  주문을 하려 보니 점원 아주머니께서  입구 쪽을 손으로 가리키는 게 아닌가. 뒤돌아보니 가격과 메뉴이름이 써있는 버튼들로 꽉 차있는 거대한 자판기가 떡 하니 자리잡고 있었다. 얼굴이 붉어지는 것을 애써 무시하며 아무렇지 않은 듯 자판기로 향했다. 돈을 넣고 버튼을 누르면 먹고 싶은 메뉴가 적힌 쿠폰이 발권되는 데, 그 쿠폰을 점원 아주머니께 드리면 주문이 되는 모양새였다.
      흔히“자판기”라 하면 한국에선 음료수를 파는 기계 정도로 생각하기 마련인데, 이는 일본에서의 “자판기”라는 개념과는 많이 다르다. 어떤 한국 포털 사이트의 블로거들이 “일본에 있는 각종 자판기” 라며 사진과 함께 한국인에게는 많이 이색적인 일본 내의 자판기들을 소개한 적도 있을 정도다. 상상할 수 있는 물품 대부분 자판기를 통해 구매가 가능하며, 필자의 경험과 마찬가지로 굳이 점원이 있는 음식점에서도 자판기를 이용해 주문을 하도록 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자판기라는 말 그대로  일본에는 다양한 자판기가 존재한다. 상대적으로  평범한 축에 속하는 음료수 자판기  외에도 담배, 아이스크림, 컵라면, 과자, 휴지, 책, 맥주, 빵, 과일 등 각종 물품들을 자판기를  통해 구매가 가능한데, 일본어를 잘  못해 아무래도 가게에 들어가서 원하는  물건을 설명하기 힘든 필자의 경우  애용하는 편이다. 웬만한 가게들이 문을 닫은 한밤중에 갑자기 출출할 때 집 근처 자판기까지 잠깐 나갔다 들어오는 재미도 쏠쏠하다.
      어떤  한국 신문 기사에 따르면 일본에 자판기가 많은 이유는 비싼 인건비 때문이란다. 워킹홀리데이를 온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인건비가 비싼 일본에선 사람을 고용해 물건 판매를 시키는 것보다 자판기를 설치하는 것이 수지타산도 맞고 좋다는 것이다.
      이유야  어찌 되었던 간에, 이러한 자판기 문화는 일본의 개인주의적 성향을 녹록히 보여주는 요소인 듯 하다. 일본에서는 “혼자” 라는 점에 별로 개의치 않고 편히 생활할 수 있도록 각종 시설이 즐비해 있는데, 칸막이로 막혀있는 라멘 음식점 이라던가 한 줄로 쭉 늘어져 있는 음식점 테이블 등이 그것이다. 혼자 식사하러 온 손님의 경우 굳이 여러 자리가 붙어 있는 테이블에 앉을 필요 없이 한 줄로 앉는 자리에 앉아 점원이나 식당 주인 쪽을 마주하고 밥을 먹고 나가면 된다. 자판기 또한 판매인과 굳이 마주할 필요 없이 버튼 몇 개만 누르면 간단히 필요한 물건을 구입할 수 있지 않은가. 이렇듯 일본은 굳이 다른 사람과 마주치지 않고도 하루 이틀 정도 생활에 지장이 없을 정도로 편리한 나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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