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월 19일 수요일

영화관 예절 (Yu Jin Yi)


      얼마  전 개봉한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 제 1부를 보기 위해 일본에서 친구들과 영화관을 찾았다. 신주쿠에 위치한 영화관이었는데, 한국의 여느 영화관과 외관상은 딱히 다를 바 없는 익숙한 풍경이었다. 구조 상 특이한 점이라면 영화 상영관으로 들어가는 입구와 나오는 출구가 같다는 정도였다. 한국에선 입구로 들어갈 때와 출구로 나올 때 가끔씩 전혀 다른 장소로 나가게 되는 듯한 느낌을 받을 정도로 입구와 출구가 구분되어 있는 것이 다반사 아닌가.
      어찌됐건  겉으로 보기에는 한국과 다를 바 없는 영화관에서 친구들과 팝콘을 사 들고 상영관에 들어섰다. 입구에서 표를 확인하던 안내원이 표와 함께 커다란 숫자가 써있는 종이를 한 장씩 나눠줬는데, 이건 뭔가 싶으면서 일단 손에 쥔 채로 좌석에 앉았다. 그리고 잠시 후에 경마가 시작됐다.
      그렇다, 경마란 말인 즉 슨 바로 그 말과 기수가 혼연일체가 되어 속도의 경합을 겨루는, 관중들은 몇 번 말이 가장 빨리 도착할지 돈을 거는 그 경마였다. 다만 영화 시작 전 광고를 하던 중 갑자기 스크린이 바뀌면서 시작된 것이라 일본 영화관에 처음 온 나로썬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이해하는 데 애를 먹었다. 방금 전까지 얼마 후에 개봉할 신작 영화 광고가 나오던 화면에서는 어느새 픽사 애니메이션과 흡사한 그림체의 경마 영상이 나오고 있었다. 애니메이션이라 그런지 말 대신 기린을 탄 기수, 좌우로 고개를 미친 듯이 흔들다 옆으로 넘어지는 말, 말 위에서 물구나무를 선 기수 등 각종 괴상한 장면이 연출되었는데, 각 말에 붙어있는 번호를 보고서야 입구에서 나눠준 종이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영화 상영 후에 받은 충격에 비하면  경마는 특별히 놀랍지도 않았다. 경마야  보편적인 것이 아니라 우리가 갔던  이 영화관만 이랬던 것일 수도 있지  않은가. 그에 비해 영화가 끝난 후  엔딩크레딧이 끝나기 전까지 꿈쩍도  안 하는 일본인 관객들이 더 충격적이었다.
      한국에서는  흔히 “영화의 끝”은 본 영상이 끝나고 엔딩크레딧이 올라오기 직전의 그 부분을 말한다. 극장에서도 엔딩크레딧을 끝까지 보는 관객을 이상하게 쳐다볼 정도고 엔딩크레딧이 시작할 때쯤엔 이미 상영관 내부를 환하게 밝혀서 사람들이 나갈 수 있도록 한다. 그것만 생각한 필자는 영화가 끝나자마자 주섬주섬 짐을 챙겨 일어나려 했으나, 상영관 내부의 불은 켜지지 않고, 일본인 관객들은 그대로 앉아있으며, 엔딩크레딧은 계속 올라가고 있는 상황에 당황하고 말았다.
      후에  일본인 친구에게 물어보니 확실히 대부분의  일본인 관객들은 엔딩크레딧이 끝날  때까지 상영관을 떠나지 않는 편이란다. 물론 사람에 따라 다르고 영화에  따라 다르지만 너무 급격하게 현실로  돌아가는 기분이 싫어서 일 것이라  하는데, 이런 것 또한 직접 겪어보지  않고서야 알 수 없는 소소한 문화차이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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