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일본의 만화 영화 제작사 스튜디오 지브리의 애니메이션을 굉장히 좋아한다. 아기자기 하면서도 어딘가 미묘한 캐릭터와 비현실적인 스토리, 그리고 모호한 선과 악의 경계 등 보통의 애니메이션과는 차별화 되어있다. 이웃집 토토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등 각종 명작을 만들어 낸 스튜디오 지브리 (그리고 감독 미야자키 하야오) 만화영화의 특징에 대해 에세이도 쓴 적이 있을 정도다.
하지만 어떤 만화 영화던지 영상과 그림 만을 가지고는 완성될 수 없다. 성우들의 목소리 연기 또한 만화 영화의 완성도를 크게 좌지우지할 수 있으며, 각종 효과음이 적절하게 들어가야 만화 영화가 실감이 나기도 한다. 이런 청각적 요소 중 필자가 오늘 중점을 두고자 하는 것은 배경음악이다. 스튜디오 지브리 제작 만화 영화의 배경음악, 그 중에서도 히사이시 조가 작곡한 음악들이다.
히사이시 조와 스튜디오 지브리의 관계는 매우 끈끈하다 못해 사실상 운명 공동체 수준이라 할 수 있는 듯 하다. 히사이시 조가 작곡한 배경음악 중에는 지브리의 초기작 중 하나인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주제가도 있으며, 가장 최근에 나온 마루 밑의 아리에티의 주제가인 아리에티의 노래 또한 히사이시 조의 작품이다. 그 외에도 거의 모든 지브리 작품들은 히사이시 조가 작곡한 배경음악을 사용한다.
히사이시 조의 음악은 한국에서도 매우 사랑 받는 데, 그 증거로 “웰컴투 동막골”이라는 한국 영화를 꼽을 수 있다. 한국전쟁 당시 어느 작은 한국의 마을의 이야기를 담은 이 영화는 히사이시 조에게 주제가를 부탁했는데, 그 결과 몽환적이면서도 어딘가 애틋한, 그런 음악이 영화에 전반적으로 깔리면서 주제의식을 더욱 강렬하게 표현했다.
스튜디오 지브리의 만화 영화들은 대부분 선과 악이 명확하지 않으며, 아직 성인이 되지 않은, 정신적 고민도 많고 갈등도 많이 겪는 소녀가 주인공인 경우가 많다. 게다가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신적 존재들 (숲의 신 토토로라던가,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마녀, 혹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 강의 신 하쿠 등) 이 총 출동하기에 자칫 잘못하면 지나치게 복잡한 전개가 나타날 수도 있다. 하지만 히사이시 조의 음악이 적절한 타이밍 마다 때로는 강렬하게, 때로는 신비롭게, 그리고 때로는 웅장하게 영상에 걸맞은 분위기를 연출하며 지브리의 만화를 한층 더 완성도 높게 만들어 준다.
필자는 스튜디오 지브리의 애니메이션을 좋아한다고 이 글의 도입부에 써놓았다. 이는 물론 아름다운 시각적 영상이나 단순하지 않은 스토리 등이 좋아서 이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배경음악이 적절히 어우러져 만화 영화를 좀 더 아름답게, 그리고 이해하기 쉽도록 만들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환상적인 음악의 대가인 히사이시 조가 각광받는 스튜디오 지브리와 손을 잡은 것은 비단 단순한 우연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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